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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가을에 입학하는 코넬대학교 학부생들 중 무려 7.8%가 유학생이라는 사실은 많은 교육자들 사이에서 코넬의 다양성을 다시금 회자되게 만들곤 했다. 그 후 10년이 흘렀고, 2016년 봄 현재는 무려 10.1%의 외국인 학생들이 이타카 캠퍼스에서 학사과정을 밟고 있다. 다시 말해, 14,315명의 학부생중 1,447명이 외국 여권을 가지고 F-1 비자를 통해 코넬대에서 수학했다는 말이다.

 

미술건축단과대를 제외하고, 2016년 봄 현재 호텔 학교는 총원 950명 중 156명이 유학생으로써 코넬 학부 중에서도 가장 국제화된 프로그램 중 하나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흔히 학부모들이 가장 외국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는 공대는 10.0%만이 유학생이기 때문에 호텔 학교는 실로 각계각층에서 온 학생들로 이루어져 문화적 다양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총학부생

13,562

13,510

13,846

13,931

13,935

14,167

14,261

14,393

14,453

14,315

유학생

1,060

1,069

1,194

1,216

1,249

1,316

1,363

1,418

1,464

1,447

중국▲

56

62

93

130

187

277

341

375

446

448

한국▽

271

285

317

310

309

325

289

276

268

242

인도▲

51

57

55

65

72

86

102

118

127

132

캐나다▽

277

258

277

269

257

220

181

147

128

130

 

위 표는 최근 10년간 코넬의 학부생 수와 학부 유학생 수, 그리고 유학생들을 가장 많이 보낸 4개의 국가들에 대한 자료이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코넬의 한국 유학생들의 수는 한 학년 당 80명 가까이 되었다. 한국계 재미교포들을 포함하면 실로 한국인들이 발에 치일 정도였다. 그러나, 전통 유학 강호였던 한국과 캐나다는 중국과 인도 유학생들에게 점차 그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컬리지보드에 의하면 2012년 미국에 중국유학생의 수가 20만명을 이미 돌파했다. 또한 한 홍콩매체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중국 본토에서만 약 1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SAT 1을 보았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처럼 미국 전반적으로 중국인 유학생들이 증가하는 이유가 미국 유학파를 높이 평가하는 중국 기업들과 유창한 영어를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문화의 영향이라고 한다. 인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인도 북부 라자스탄州의 도시 코타(Kota)에는 인구 60만명 중 10만 명이 인도공과대를 비롯한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고등학생들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이투스와 재능교육도 진출해있고, 학생 수가 5천명 이상인 대형 학원만 최소 6곳이다. 대학 졸업장의 의미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인도에서는 단숨에 사회적 계급을 넘어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출구이다. 이렇게, 학생들의 공급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과 캐나다는 점점 더 고전할 수밖에 없다.

 

10학번 신입생 시절, 우리는 호텔경영학과 한국유학생들이 모여 술자리를 가질 수 있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서서히 그 명맥이 끊기고 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국 호텔리들의 수가 적을 수록 더 소속감을 느끼고 더 끈끈한 우정을 만들겠지만, 평생 같이 술 한잔 기울일 선후배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호텔학교에 배정된 한국인들의 좌석 수(Quota)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과 같다. 이 현상은 다분히 코넬대학교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는 점점 늘기때문에 톱 호텔학교들의 문호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런 악재는 몇 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다행히 한국의 수재들은 여전히 그 바늘 구멍을 통과하고 있고, 당당히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하버드 출신 영어교사였던 칼튼 존슨(Carlton Johnson) 은사님은 한국인의 정서의 핵심에는 ‘정’이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한국인들은 코넬 캠퍼스 내에도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해 왔다. 우리 학교의 경우, 대다수의 고학년 유학생들은 대학 타운의 고층 아파트에 거주한다. 그들의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는 대단해서 대학 타운 내 한국 음식점은 2, 한국식 일식집 2곳 및 한국식 중화요리집 1곳이 성황리에 운영되도록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학 타운 근처에 위치한 이타카 시내에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중일식 전문점이 있는데, 맨하튼의 32번가 한인거리에 있는 음식점들과 가히 비교될만큼 맛이 일품이다.

 

한인 유학생들의 특징은 비단 그들 모두 고향의 음식과 문화를 대학에서도 잘 유지함으로써 대학교 커뮤니티의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특유의 ‘끼리끼리’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보통, 한국에서 특목고를 졸업한 학생들과, 미국의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그리고 교포 2, 3세들은 사는 곳부터 정말 다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특목고 졸업생들은 조금 걷더라도 저렴한 아파트나 주택, 조기유학생들은 비싸더라도 가깝고 좋은 아파트, 그리고 교포들은 기숙사를 선호한다. 매우 드물게 형제, 자매 클럽에서 사는 친구들도 있다. 나의 경우 신입생 시절 북 캠퍼스에 있는 기숙사의 같은 층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서 그들과 같이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주택에서 살고 싶어했다. 주택은 저렴했지만, 전기세와 물세 및 관리비용을 매달 일일이 내야하고, 인터넷과 전화, 그리고 TV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나는 별로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2, 3학년 때는 나는 조금 비싸더라도 집세만 한 학기에 한번 내면 되는 대학 타운의 기숙사에서 2년간 살았다. 다행히 친구들의 집이 걸어서 7분 거리에 있었고 자주 교류했기 때문에 내 선택에 대단히 만족한다.

 

기숙사에는 학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미국 시민권자 유학생들 혹은 교포 아이들에게는 무료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기유학생들이나 특목고생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시민권이 있는 아이들이 특히 부유하지 않아서 아파트나 저택에서 살지 않는게 아니라, 워낙 어려서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온 학생들도 많고 기숙사 문화를 진정한 대학생활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유학생들은 왜 비싼 값을 지불하고라도 고층 아파트들에 살고 싶어 할까? 그 이유는 편의성과 끼리끼리 문화때문이다. 고층 아파트들은 학교와 굉장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는 레스토랑으로 둘러 싸여 있다. 또한 편의점도 가깝다. 또한 학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차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차량이 있어 이타카 시내에서 여가를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층 아파트들은 전통적으로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해서 복도를 지나다니다 보면 들리는 소리가 다 한국어다.

 

그렇다면 한국 학생들이 사는 아파트는 얼마나 좋을까?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컬리지 애비뉴(College Avenue) 312번지에 위치한 한 아파트의 경우,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  24시간 당직 요원 대기 및 오전/오후 컨시어지 서비스

o  보안 카메라 입구, 차고, 그리고 매 층 복도 설치 및 가동

o  카드 키 시스템 및 손님 방문 시 건물 외부 호출 시스템

o  천정, 바닥, 외벽 이중 소음 방지 시스템

o  최신식 연기 및 온도 변화 탐지 시스템 및 소화 장비  

o  전자 제어식 세탁실, 독서실, 회의장, 헬스장, 그리고 멀티 미디어 극장

o  쓰레기 처리 시설 및 냉난방 무료

 

현재는 새로운 아파트들도 훨씬 더 많이 생겨 이 정도 시설을 갖춘 아파트들이 코넬의 대학 인근에 10채 정도 된다. 이러한 아파트들의 최대 장점은 단순히 넓고 안락한 거실과 방들이 아니다. 호텔급의 화려한 편의 시설과, 좋은 전망, 그리고 위치 뿐만이 아니다. 커뮤니티, 그것이 핵심이다.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저녁은 대학 사교 활동의 꽃이다. 물론 같은 시간에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고, 클럽 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있고, 공대 컴퓨터 실험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도 있고, 심지어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각 형제자매클럽(Fraternity & Sorority)에서 거의 매주 열리는 파티에 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것도 처음 몇 번이나 재미있지 한국의 클럽처럼 널찍 널찍 하지도 않아서 2학년 이후로는 그들의 하우스를 찾아가기도 귀찮아 진다. 따라서, 결국 불금과 주말에 가장 재미있는건 바로 아파트에서 자주 벌어지는 술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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