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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나의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어느 예비 학부유학생이라면 궁금해 할 기숙사와 아파트 등 거주 환경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코넬대학교에서 4년을 생활하며 얻은 거주지에 대한 지식과 조언을 아낌없이 들려주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코넬에 있는 기숙사들과 내가 살았던 클라라 딕슨 홀에 대한 소개는 다음 장에서 하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인이라면 다소 익숙하지 않은 대학교 기숙사 생활에 대해 먼저 안내하고자 한다.

 

만약 한국의 어느 중고생을 잡아다가 기숙사가 영어로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그 학생은 100% 잘 모르겠다고 하거나 Dormitory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나도 고등학생 때만 해도 Dorm이라는 약자를 가진 이 단어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단어는 구어적 표현이고, 문어적으로는 Residence Hall() 혹은 Hall of Residence()이다. 미국의 여느 대학이던지 사람의 성()을 따서 이름을 지은 Bancroft Hall, Gamertsfelder Hall, Broward Hall 같은 기숙사 건물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영국이나 과거 영국령 국가들에서 트리니티 컬리지(Trinity College), 크라이스트 처치 컬리지(Christ Church College) 같은 기숙사들은 그럼 무엇이냐고 질문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들도 물론 기숙사 이름들이다. 지금쯤 머리가 복잡해질텐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숙사의 종류를 먼저 정리해보겠다.

 

o 컬리지에이트 시스템

o 레지덴셜 컬리지 시스템

o 레지덴셜 홀 시스템

 

그렇다면, 지금부터 각 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컬리지에이트 시스템(Collegeate System)>

세계에서 두 번째, 그리고 네 번째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인 영국의 옥스퍼드(Oxford) 대학교(1096년 설립)와 케임브릿지(Cambridge) 대학교(1209년 설립)를 모태로 하는 이 컬리지에이트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고유의 성격을 지닌 독립적인 칼리지들이 느슨하게 연합된 형태로 유명하다. 사실, 옥스브릿지의 초창기에 건축된 유서깊은 컬리지들은 홀(Hall)이란 명칭을 종종 가지고 있다. 사실, 컬리지(College)라는 단어는 원래 홀에서 공동 생활하는 학생들과 상주 교수들을 지칭했는데,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한 지붕 밑에서 같이 나이 들어갔던 문화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차차 의미가 현재와 같이 변화했다.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4개의 기숙사들은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그리핀도르, 후플후프, 레번클로, 그리고 슬리데린으로 나뉘어져 있어, 졸업할 때까지 그 기숙사에서만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옥스브릿지는 말하는 마법의 모자가 아닌 입학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재정 및 운영 자율권과 신입생 선발권 및 관리 의무를 지닌다는 점에서 해리포터 기숙사들의 학생 선발 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또한, 몇몇의 수업들은 자신의 컬리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컬리지는 단순히 기숙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학생들은 입학하면서 대학(University)의 학생이자, 특정 컬리지의 구성원(Member)이 되고, 지속적으로 같이 기숙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속한 컬리지에 더욱 강한 소속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토론토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 2명이 있는데, 그녀들은 항상 각자가 속했던 빅토리아 컬리지(Victoria College)가 좋은지 트리니티 컬리지(Trinity College)가 좋은지 다투곤 한다. 그 정도로 컬리지에이트 시스템을 가진 대학에서는 자신의 대학보다도 자신의 컬리지에 더 자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또한, 컬리지 선후배들과의 유대도 매우 강해서, 인맥을 활용해 직장과 사교에서 많은 이점을 갖는 경우가 무수하다. 그 이유가, 컬리지 내에 있는 휴게실이나 라운지에서 동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고, 이따금씩 상주 교수(Fellow)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담화를 나누기도 한다. 비록 엘리트주의의 산물이라 비판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 시스템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규율과 절제, 매너를 익힌 신사들과 숙녀들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레지덴셜 컬리지 시스템(Residential College System)>

1636, 미국 메사추세츠(Massachussetts) () 의회는 당시 청교도들의 교리의 중심이 되었던 케임브릿지 대학을 이름을 따서 지은 마을인 캠브릿지(Cambridge)에 미국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게 되고, 케임브릿지 대학의 동문이자 첫 기부자인 존 하버드(John Harvard)의 이름을 따 미국 최초의 대학이자, 현재는 세계 최고의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하버드대학교가 탄생하게 된다. 케임브릿지 대학이 설립된 지 427년 만이다. 그 후 1701년 설립된 하버드의 영원한 라이벌 예일(Yale) 대학교,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아이비리그로 손꼽히며 하버드, 예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린스턴(Princeton) 대학교가 레지덴셜 컬리지 시스템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학교들이다.   

 

현재 스탠퍼드와 메사추세츠 공대, 캘리포니아 공대 등 신흥 강호들의 아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수적인 미국인들은 HYP라는 약자로 불리우는 하버드와 예일, 그리고 프린스턴을 최고의 대학들로 손꼽는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HYP가 다른 오래된 명문 대학들과 차별화된 초일류 대학으로 남아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기숙사 시스템 때문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레지덴셜 컬리지 시스템은 신입생들이 몇 개의 컬리지들에 나뉘어 배치되는 것만을 놓고 보았을때 컬리지에이트 시스템과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레지덴셜 컬리지 시스템은 컬리지에이트 시스템과 많이 다르다. 일단, 학생들은 대학교 내 특정 컬리지에 1지망과 2지망 등 컬리지별로 지원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레지덴셜 컬리지 시스템에서 컬리지는 대학교 합격 후에 결정이 되고, 지원자에 대한 간단한 설문조사 이후에 몸이 안 좋거나, 학습 및 생활 면에서 특이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무작위로 배치가 된다.   

 

예일대학교의 경우, 이러한 레지덴셜 컬리지를 작은 천국(Little Paradise)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다분히 거대한 연구 대학들에서 토론식 교육을 하는 작은 리버럴 아츠 컬리지의 느낌을 주는 것에 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각의 컬리지들이 독창적인 건축 양식과 내부 정원(Courtyard), 식당, 소규모 도서관, 영화관, 컴퓨터 실험실, 레크리에이션 룸, 그리고 체육관 등 학생들이 굳이 멀리 나가지 않고도 대학 생활의 상당 부분을 컬리지 내에서 해결 할 수 있다. 각각의 컬리지에는 기숙사장(Dean)들과 기숙사감(Master) 학생들의 몸과 멘탈(?)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하버드 및 프린스턴 대학교에 다니는 지인들에 의하면 실제로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까불다가 이들에게 많이 혼난다고 한다.

 

각설하옵고, 이들 모두는 기숙사의 전반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숙사장은 학문적으로, 그리고 진로적으로 멘토의 역할을 한다. 학생들의 전공이나 수업 선택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와 대학 생활까지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기숙사감은 학업 뿐만 아니라 사회성과 예술성, 그리고 체육활동까지 관장한다. 구체적으로, 각각의 컬리지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학생들과 컬리지 대항 운동 경기, 각종 문학 및 예술 컨테스트, 사감들과 함께하는 티타임(Formal Table), 가벼운 테이크-아웃 음식으로 이뤄진 식사 토론(Brown Bag Seminar)등 학생들의 교류와 관계 증진을 위해 다채로운 활동들을 진행한다.        

 

레지덴셜 컬리지 시스템은 대개는 오래되고 유명한 대학들에 많이 발견된다. 그중 대표적인 이유는 기숙사장과 기숙사감들은 보통 석좌교수들 혹은 대학에서 오래 일한 근무원들로만 뽑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대학이 보통은 교수들이 애정을 가지고 재직할만한 역사적인 대학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학생들과 같이 살 뿐만 아니라, 포멀한 식사자리, 수업, 사교 행사, 클럽 활동, 그리고 컬리지의 복도나 정원, 혹은 뜰에서도 청춘들과 같이 숨쉬며 그들을 뒷받침하고, 뒷바라지 한다.   

 

<레지덴셜 홀 시스템(Residential Hall System)>

이 기숙사 시스템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고, 학생 수가 많지 않은 대다수의 호텔 학교들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 홍콩, 그리고 한국의 거의 모든 톱 호텔학교들이 이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일반적으로 Dormitory System이라고 불린다. 로잔을 제외한 모든 호텔 학교는 설립된지 100여년이 안 되었기 때문에 기숙사의 역사 또한 길지않아 호텔학교의 기숙사들은 보통 훌륭하다. 특히 스위스 3대 학교의 경우 저층 아파트 형식의 현대적인 기숙사들을 보유함으로써 1학년 전원이 캠퍼스 생활이 가능하고, 2학년부터는 기숙사와 캠퍼스 근처 학교 소유 아파트, 혹은 학교 근처 사립 업체들의 아파트 이용이 가능하다.

 

서부 최고의 호텔경영학과를 자랑하는 네바다대학교 라스베가스교(1957)의 경우 또한 지어진 지 60년 밖에 안되어 상당히 현대적인 기숙사 건물들을 자랑하기 때문에, 사실 거주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코넬(1865)과 미시간 주립 대학교(1855) 등의 경우 1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여러분이 영화에서 보았던 고풍스러운 건물에 배치되었다고 마냥 좋아하면 안된다. 낡아빠진 복도에 냉방조차 되지 않고 19세기 초반의 스팀 난방 시스템으로 겨울을 버텨야 하며 수도꼭지부터 오래된 샤워실, 거미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케케묵은 화장실 등 곱게 자란 여러분들에게는 적응이 다소 힘들 수 있는 환경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최신형 기숙사를 고르겠어!”라고 호언장담하면 되겠지만, 레지덴셜 홀 시스템에서는 첫 해는 보통 추첨제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디서 살지 학생들은 입김을 넣을 수 없다. 기껏해야, 여러분의 성격과 기호에 대한 간단한 설문과, 원하는 이상적인 기숙사 문화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물론, 여러분이 어느 문학 작가처럼 자신이 최신형 기숙사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서술하더라도 그런 기숙사에 당첨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1899년에 지어진 기숙사보다는 2009년에 지어진 기숙사를 원하기 때문에 경쟁률은 언제나 치열하다.

 

보통 레지덴셜 홀 시스템에는 기숙사장이나 기숙사감이 교수보다는 근무원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학생사감(RA: Resident Assistant)들이 거의 매 층에 2명 이상씩 있는데,  이들은 보통 3학년 이상의 학부생들이나 대학원생이다. 코넬의 경우는 2학년생들도 지원할 수 있어서 실제로 내 2학년 때 기숙사인 카스카딜라 홀(Cascadilla Hall) 2층 두 명의 학생 사감 중 한 명은 내 같은 학년 친구인 제니(Jenny)였다.

 

이 학생사감들은 따로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고, 관리 및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 조성 업무의 대가로 1년간의 기숙사비 면제와 대학 내 식사 관련 할인혜택이 적용된다. 이벤트의 예를 들면, 복도를 꾸미거나, 편지 보관함을 정리하고, 사탕과 남성용 피임도구(Condom)를 무료로 나누어주며, 쿠키나 머핀을 만들어서 제공하는 등의 다채로운 활동들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RA들은 보통 방문을 잠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Open-door Policy) 이는 학생들이 위급상황에 RA들과 신속하게 대화할 수 있기 위함이다. 웃긴 사실은 많은 대학교에서 RA들은 담당 영역의 학생들과의 이성 교제가 금지되어 있는데, 이는 업무 수행에 있어서 태만과 편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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