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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이런 말을 했다. “10대에 유예되었던 사춘기가 20대에 올 수도 있다고 말이다. 만약 여러분이 고등학교 시절, 여러분이 그토록 꿈꿨던 호텔학교에 합격해서 드디어 교정에 발을 내딛게 됬을 때, 학교는 여러분이 상상했던 마냥 행복하고 편안하고 가족같은 분위기만은 아니리라.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서비스 분야의 수재들이 몰려오는 미국과 스위스의 톱 호텔학교에서 여러분들의 친구들은 물론 최고의 동료이지만 엄연히 선의의 경쟁자이다. 그렇기에, 내가 코넬에 맨 처음 발을 디디며 누구보다도 빨리 정상에 올라야 할거라고 생각한다면, 4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앞에 어느 순간에는 여러분의 열정이 식을 수 있고, 그 뜨거움이 식으면 중고등학교 시절 유예되었던 사춘기가 여러분의 치열함을 비집고 나타날 수도 있다.

 

만약 사춘기가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혹은 기숙사 사감선생님들이 계시는 고등학교 시절 나타났다면, 여러분들이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족족 그분들께서 여러분들을 강제로라도 자제시킨다. 또한, 옳고 그름에 대해 상기시켜줄 가족과 주위 친구들도 여럿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뿌리까지 흔들릴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과 스위스의 호텔학교들은 다르다. 물론 도처에 매력적인 기회들이 편재해 있고 여러분들로 하여금 마음껏 그 혜택을 누릴수 있게 한다. 그러나, 여러분의 이런 자유는 방황할 기회도 무수히 제공하는데, 바로 이것이 자유로운 미국 대학과 철저히 중립을 지키고 서로에 간섭을 하지 않는 스위스 대학의 학풍에서 비롯한다.

 

뚜렷한 범법행위를 저지르거나, 대놓고 친구들과 과제를 배끼거나, 논문을 표절하거나, 과목에서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교수님들을 귀찮게 하지 않는 이상 톱 호텔학교들, 특히 미국과 스위스 만큼은 절대로 학생 생활에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학생들 중에서 마리화나 냄새를 안 맡아본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이며, 성년이 되기 전에 술을 안 마셔본 학생이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스위스의 대학생들 중에서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는다고 뭐라 하는 학생들이 몇이나 될 것인가? 이만큼 호텔학교가 학생들에게 준 자유는 학생을 최고로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타락시킬 수도 있다.

 

만약 여러분이 호텔학교 입학을 최종 목표처럼 정하고 살아왔다면, 그래서 입학 후 악몽같은 학사일정과 살인적인 과제량을 경험한 여러분 가슴 안에서 사춘기가 돌연히 나타났다면 여러분은 방황을 할게 분명하다. 나 또한 중학교때부터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서 독하게 공부했고, 고등학교에서는 전세계의 다른 지원자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해 발악을 한 결과 코넬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무도, 심지어는 부모님 조차도 내게 대학입학 자체는 내 삶에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너무도 당연한 쓴소리를 해주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어느 순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낸 내 10대의 무덤위에 서서 대학에 합격했다면, 다시 대학생활은 더 좋은 직장을 잡을 냄새나는 거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성격의 나는 공학대학원이라는 야망을 가졌고, 실제로 MIT보다 시험을 어렵게 내는 공학수학 2과목과 공학통계 2과목, 그리고 최적화까지 수강했다. 이렇게 도전적인 공부욕심은 때때로 내 부족한 면을 비추어주었고, 헤이해지는 내 모습을 보게 해주었으며 부끄러움으로 하여금 내가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말했듯, 학문에 대한 성취감과 꿈이 지닌 매력만으로는 인생 저편까지 치열할 수는 없다. 꿈은 마치 무지개와 같아 처음엔 앞만보고 뛰어가면 영롱한 그것에 닿을 것 같지만, 어느센가 우리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전망에 지치고 무너질 수 있다. 또한 뛰어난 호텔경영학과 학생들과 경쟁하다 보면 고등학교 시절 비교적 쉽게 인정받았던 내가 이곳에서는 시계의 톱니바퀴 조각 하나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포기할 수 있다.

 

눈보라와 함께 불어오는 우울증과 청심국제고 시절 유예되었던 사춘기로 허덕이던 나를 이끌어주고, 이타적인 품성을 가르쳐준 곳은 바로 한인교회였다. 1학년 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텍사스 출신의 생(Sang)은 내가 2학년이 진학하는 해 군복무를 하러 고국으로 귀국해 내가 4학년 1학기 때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마자 한인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많은 시간을 신앙생활에 투자했다. 그는 당시 상당히 열심히 복음을 전하려고 애썼는데 당시 대학원 시험인 GRE까지 끝내서 귀차니즘이 극도에 달한 나를 교회에 대려가고자 애썼다. 결국 그의 등쌀에 못이긴 나는 그를 따라서 매주 금요일 저녁 19 30분에 있는 청년부 예배와 일요일 아침 10 30분에 있는 주일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당시에 나는 코넬청년부도 한국 서울에 있는 교회들처럼 부유한 유학생들의 사교클럽처럼 운영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처음에는 어짜피 4학년인데 인맥이라도 쌓고 졸업하자는 마음으로 교회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청년부 학생들은 의외로 모태신앙으로써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고 교회 행사에 꼬박꼬박 참석하는데다가 종교인으로써 굉장히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갔을때, 나는 만난 분들에게 사실 사교의 목적으로 친구들을 만드려고 교회에 왔고 어린 시절 침례교에 다닌 이후로 오랜만에 교회에 왔다고 숨김없이 밝혔다. 따라서 신앙적인 부분에서 너무 부족해 걱정이 된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말 하고 나서, 청년부 선후배들에게 괜스레 거리감만 준 게 아닌가 후회했었다. 하지만 당시 청년부의 정신적 지주였던 대학원생 Keith 형께서 이와 비슷한 말을 해주셨다.

 

물론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기 위한 곳이기 때문에 敎會 이지만, 네가 사람을 사귀기 위한 交會로써 이곳에 와도 괜찮아. 네가 억지로 받아들일 필요 절대 없어. 그냥 열심히만 나오고 재미있게 다녀봐 부담갖지 말고. 또 성경도 안 사도 돼. 그냥 휴대폰 어플로 꽁짜로 받어

 

사실, 형의 말이 맞았다. 내가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은 다분히 내가 그분에 대해 공부해서 알게된 것이 아니라, 내가 삶을 돌아보았을때 이라는 미명으로 그분이 주신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잠언 16 9절에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일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성공을 계획하고, 그 영광을 순수하게 우리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느님께서 나를 쓰시기 위해 내 역할에 맞게 나를 다듬는 과정이기에 우리가 뜻하는 일이 풀리는 것이고, 아버지께서 더 큰 계획이 있으시기에 특정한 기회를 우리로 하여금 흘려 보내게 하시는 것이다. 이런 그분의 심정을 알게 되니 나는 더 이상 내 삶에 얽매였던, 내 가슴을 옥죄었던 스트레스가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신앙을 처음 접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두터워지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사실 Church라는 단어 자체가 주님의 집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Kuriakon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우리는 그 구성원으로써 그분을 찬양하게 되는데, 청년부의 경우 개별적으로 찬송가와 예배를 드리고 나서 10명 내외의 목장으로 흩어지게 된다. 각 목장에서는 성경공부를 하는데, 대학생이라는 신분에 잘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의 교재도 제공되었다. 처음에는 교회의 마케팅물일것 같아 거부감이 물론 들었다. 하지만 주욱 읽어보고 매주 목장에서 성경과 더불어 우리 삶에 이로운 말씀들을 조금씩 배우니 성경의 가르침이 현대에서도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보편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기억나는 구절은 시편 1 1절에서 2절까지의 부분이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좆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존 플라벨(John Flavel)은 이런 말을 했다. “성경은 가장 나은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고, 가장 고상한 경험이 무엇이며, 가장 편안하게 죽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 나는 그 가르침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가장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물론 청년부 예배와 주일 예배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가장 신실하게 배우기 위해서는 수련회에 가는 편이 가장 좋다. 청년부 수련회는 한 학기에 1번씩 기획되어 있는데, 2 3일간 강도 높은 예배와 성경 강독, 바이블스터디, 그리고 찬송가 낭창을 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힘든 일정만으로 가득 찬 건 아니고, 매일 밤 저녁식사 이후에는 레크리에이션을 약 4시간 가까이 하게 되는데 가을학기에는 농구를 하고, 봄학기에는 모델 컨테스트를 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밖에도 서로 몰랐던 선후배 사이도 돈독해지게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일례로, 두번째 날 오전에는 여러 명의 집사님들이 오셔서 단순히 성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연애관계론이나 사랑학같이 종교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과목들도 가르치셨는데, 팀별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다. 기존에 재미없고 고리타분하고 주입적인 수련회 분위기에서 벗어나 사교를 목적으로 온 학생들도 하느님의 말씀을 진하게 만날 수 있는 재미있고 친근한 분위기로 진행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신 목사님 하홍표 박사께서는 여호수아 1 9절을 빌려 이런 말씀을 하셨다.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2학기 수련회가 끝나자, 나는 대학원의 합격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쉽게도 스탠퍼드와 컬럼비아 대학의 금융공학과에 입학할 수 없게 되어 아쉬움이 너무 컸다. 다만 브라운대학의 공학창업학 석사과정과 코넬대학교의 산업공학과 석사과정이 아직 발표를 안 해서 여전히 극도의 긴장감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핸드폰에 메일이 왔다고 알림이 들릴 때마다 나는 손을 떨면서 이메일을 열어보곤 했으니 말이다. 목장 모임에 가서도 다른 선후배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는데, 어느날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어서 내심 놀란 적도 있다. 마태복음 633절과 34절의 이야기이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

 

사실 우리는 성경의 좋은 말씀을 공부하는 것 만으로도 오늘을 보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굳이 아직 닥치지 않은 내일의 기쁨이나 괴로움을 미리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이것을 깨달을 즈음 나는 브라운대학교와 코넬대학교 공학대학원에 합격하였다. 그때, 로마서 12 15절처럼 내가 즐거워 할때 함께 즐거워해주고, 울때 함께 울어주었던 같은 목장 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같은 목장이었던 Sang, 민우, 준식이, 신혁이, Ariel, David, 희선이, 현규, 규리, 그리고 Sophia에게 다시한번 이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또한 당시 많이 기도해주신 Keith형과 Eunice누나 부부, Elijah, 동철이형, Hanna누나, 미란이누나, Susan누나, 그리고 Claire누나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한 같은 목장은 아니었지만 나를 많이 응원해준 Daniel, Jason, James, 지수, Summer, 그리고 아영이에게도 많이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한국인들이 비교적 많은 코넬대학교의 한인교회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렇게 학교 내에 한인교회가 있는 학교는 많지 않아도 다른 미국의 톱 스쿨이 위치한 도시인 미시건주 랜싱이나나 네바다주 라스베가스가스에는 한국인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한인교회가 없을 수가 없다. 구글 지도에서 검색만 해 보아도 침례교, 장로교, 성당 등 다양한 종교단체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다녔던 교회 분파를 선택해 출석하면 된다. 만약 교회가 처음이라고 해도 걱정하지 말자. 친한 한국인 유학생 친구들 중 최소 몇 명은 종교가 있을 테니 그들이 가는 곳에 같이 가면 된다. 굳이 신앙을 자신에게 강요하지 말고, 사람들 만나러 간다 생각하고 가도 여러분의 감성과 이성은 저절로 바뀔 것이다. 또한, 우울증을 예방하는 방법이 운동을 많이 하는 것과 한 학기에 18학점 (6개의 보통 과목)이상을 수강하지 않는 것이라고 나중에 설명 하겠으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이 바로 신앙을 갇는 것이고,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이를 깊이 마음에 새기고 자신이 삶을 혼자 이겨내기 힘들때 교회나 성당의 문을 두드리자.

 

스위스의 경우, 한국인 유학생들은 많으나 이민자들이 톱 호텔학교 근처에 살 일이 없다. 따라서 제네바나 베른, 취리히에는 한인 교회나 성당이 있지만, 로잔이나 글리옹, , 그리고 브루쉬 근처에는 한인종교는 전무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이 지방들이 다 프랑스어 문화권이라 영어교회나 영어성당도 많지 않다. 따라서, 굳이 한인교회에 가고싶은 유학생들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제네바로 가는 편이 낫다. 실제로 제네바 한인교회에는 스위스의 톱 호텔학교 재학생들이 많이 다닌다. 다만 거리가 약간 부담이 될 수는 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로잔에서 차로 약 55분 가량 걸리고, 글리옹에서는 1시간 10, 레로쉬에서는 2시간 가량이 걸리게 된다. 만약 영어교회나 영어성당을 가도 상관 없다면 로잔과 글리옹 학생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교회나 성당이 많기 때문에 친구들과 같이 가면 되겠다. 몬트뢰에 몇 군데 있는 영어 교회나 성당에 가기 위해서는 로잔에서는 약 30, 글리옹에서는 약 13, 레로쉬의 경우 약 1시간 반 정도 예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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