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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작문 세미나

Real Estate 2016. 6. 4. 02:32

미국 도서관 협회의 가장 최신 자료(2012 10)에 따르면, 코넬은 무려 8,173,778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아이비리그 중에서 하버드(16,832,952)와 예일(12,787,962), 그리고 컬럼비아(11,189,036)를 제외하고는 4번째이며, 미국의 모든 대학 도서관을 통틀어서 13위를 기록한 어마어마한 소장량을 자랑한다. 도서관 수준은 보통 영어 관련 프로그램의 수준과 연관성을 지니는데, 아니나 다를까 코넬은 영문학과 영작문에 엄청난 강조를 하고 있다. 코넬대학교에 재직했던 故 윌리엄 스트렁크 2(Willaim Strunk Jr.)교수가 1918년 작성한 명저 영어 글쓰기의 기본(The Elements of Style) 1959년 그의 제자 엘윈 브룩스 화이트(Elwyn Brooks White)에 의해 세계적인 기본 작문서가 된 것도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군대에 입대한 장정들이 훈련소를 거쳐 야전부대로 가는 것처럼, 코넬에 입학한 학생들은 호텔경영학과와 건축학과를 제외하고 전원이 신입생 작문 세미나 과목을 2개나 수강 해야 한다. 이제는 코넬의 수영 테스트처럼 신입생들이 가지고 있는 초유의 관심사 중 하나가 된 이 귀찮은(?) 과목은 지금으로부터 약 반세기 전인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까지 무려 6명의 석좌 교수들로부터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기부자의 이름을 따서 존 S. 나이트 작문 연구소(John S. Knight Institute for Writing in the Discipline)에서 주관하고 있는 이 과목들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규모 있는 작문 프로그램들 중 하나다. 작가 화이트 선생 이후 코넬은 커트 보네것 2(Kurt Vonnegut Jr.), 펄 벅(Pearl Sydenstricker Buc),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리처드 프라이스(Richard Price), 리처드 파리나(Richard Farina), 토마스 핀천(Thomas Pynchon)과 같은 전설적인 문인들을 꾸준히 배출했다.

 

매 학기, 30여 개가 넘는 학과들에서 제공하는 100여 개의 FWS 과목들은 인문학, 사회 과학, 표현 예술, 그리고 자연 과학에 이르기 까지 다채로운 강좌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과목의 세미나에서는 1학년 수준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글을 읽고 명료하며, 짜임새 있고, 지적이며, 감각적인 작문을 학생들에게 지도한다. FWS는 아무리 인기 있는 과목이라도 한 반의 정원이 17명을 넘을 수 없도록 지정되어 있어 교수들이 학생 개개인의 이름까지 알게 된다. FWS는 지난 수 십년 간의 노하우로 수업 내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데,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다:

 

o  각 과목은 반드시 6개에서 9개 사이의 서로 다른 주제의 학문적 에세이를 작성해야 하며, 교정과 첨삭 이후 25에서 30페이지의 잘 정돈된 중수필집이 완성되어야 한다.

o  최소한 3개의 에세이는 교수의 지도 아래 발전 과정(Process of Development)을 겪어야 한다. 예를 들면, 자체 교정을 하거나, 급우들에게 첨삭을 받거나, 관련 문헌을 참고하거나, 교수님과 1 1 면담에 참석하는 것이다.

o  적어도 절반의 수업 시간은 작문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야 한다.

o  한 주에 주어지는 읽기 숙제는 75페이지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의 핵심은 꾸준하고 집중된 작문 경험이기 때문이다.

o  모든 학생은 최소한 담임 교수와 2회 이상 1 1로 면담을 해야 한다.

o  전체 FWS 과목의 3분의 1 이상은 해당 학과의 교수가 직접 지도한다. 나머지만 대학원생들로 이루어진 조교들이 지도한다.  

 

그렇다면 FWS의 과목은 학생들이 다른 과목들처럼 수강 신청하는 날 인터넷으로 등록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과목에 대한 배치는 무작위 선발로 이루어지는데, 학생들은 자신들이 선호도 순으로 총 5개의 강의를 투표할 수 있다. 약 절반 가량의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가져가고, 5% 미만의 학생들 만이 5번째에 적은 강의를 가져가기 때문에 웬만하면 자신이 원하는 과목 Top 3는 수강할 수 있을 확률이 높다. 투표권은 1학년들이 우선 순위이고, 2학년들과 편입생들이 차례로 그 다음이다. 3, 4학년들은 남는 과목에 한해서만 인터넷으로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교과서>  

Textbook은 각 과목마다 다른데, 없는 과목도 있다. 이 경우 수백 달러의 돈을 아끼는 셈이다.  


<과목에 대한 개인적 평가>  

앞서 말했듯, 건축학과와 호텔경영학과 학생이 아니면 작문 세미나를 최소한 2과목 이상 C-학점 이상으로 수강 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호텔 학교 학생들은 비즈니스 영어 수업을 2과목이나 들어야 하기 때문에 FWS라 불리는 신입생 영작문 세미나를 한 과목만 들어도 무방하다. 물론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어지간히 글을 못 쓰지 않는 이상 B-학점 이상은 무난히 받을 수 있지만, 아무리 고교 재학시절 작가활동을 하였던 나로써도 미국 대학에서 다른 본토 학생들의 글쓰기를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하였다. 그래서 FWS를 고를 때 많이 고민을 했는데, 호텔 학교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신입생 때 FWS를 듣기로 하고(신입생 세미나를 3, 4학년 때 듣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기초 대학 작문이라는 과목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사실 AP 영문학이나 AP 영작문 중 한 과목이라도 5점을 받았다면 FWS 한 과목을 듣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3점을 받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어쩔 수 없이 수강을 하게 되었다.

 

그 수많은 FWS 과목들 중 내가 수강했던 기초대학작문(An Introduction to Writing in the University)는 사실 굉장히 유명한 과목이다. 수많은 유학생들이 수강 하는 이 과목은 학점이 부과되는 수업(Letter Grade)이 아닌 합격/불합격(Satisfactory or Unsatisfactory)으로만 성적을 매기기 때문에 패기 있게 문학이나 철학과 같은 어려운 FWS에 도전한 다른 유학생 친구들이 C+가 성적표에 안착할때 자신은 여유롭게 커피 한잔과 함께 웃을 수 있는 것도 묘미이다. 또한, 매 수업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문학적 독서가 필요한 다른 FWS와는 달리, 기초대학작문의 수업 자료는 교과서나 학술 자료 등 이해하기 쉬운 문서들에 기반하기 때문에 숙제도 신속히,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인 학생들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운동 선수 출신들 같이 학술적 작문에 익숙하지 않은 녀석들도 대거 유입되는 수업이 이 기초대학작문이다. 수업은 분석적(Analytic) 작문 및 논쟁식(Argumentative) 작문, 그리고 비판적 독해(Critical Reading)라는 3가지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실상 독해보다는 작문 숙제를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수업은 고작 12명의 학생들로 이루어졌기에 단연 토론식으로 이뤄지고, 개인적으로 수업에 참가를 많이 하는 편이라 나는 수업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소심한 여학생들이나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 노()교수께서 기어이 발표를 시키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님게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방과 후에 무료로, 반 강제적인(?) 작문 컨설팅을 해주셨는데, 무단으로 이 컨설팅 시간을 어기면 수업에서 불합격을 주실 거라고 해서 처음에는 투덜대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짜피 과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방향을 잡아주시면 나는 그 맥락에 맞추어 글을 훨씬 쉽게 전개시킬 수 있다는 교수님의 연구실을 최대한 자주 방문했다. 그래서인지 교수님께서는 교정이나 인근 쇼핑몰에서 지나가다 나를 마주칠 때마다 내 이름을 기억하시고 잘 지내냐고 인사해주시곤 했다. 그만큼 나는 작문 교수님의 개인적인 관심을 받고자 많이 노력했는데, 그럴 수록 내 글쓰기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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