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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넬대학교 합격 이후, 특목고 후배들과 영어 학원 후배들 및 학부모들은 내게 에세이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하곤 했다. 특히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에세이를 써야 코넬을 비롯한 정상급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을 잘 정리해서 내게 물어보는 모습은 그들이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길을 조금 더 먼저 나선 선배로써 참 기특했다. 다만 안쓰럽게도 그들은 흔히 엄선된 하버드나 와튼스쿨등 여러 경제 혹은 경영학과 합격자들의 에세이들을 읽고, 그들의 글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려는 불가피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다.

 

후배들은 SAT 단어를 달달 외운 탓인지 낭랑한 열 여덟살의 문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도회적이고 학문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것도 모자라 유학원에 가서 문법 교정 이상으로 문체까지 진화시킨다. 잘 정돈된, 다섯 문단짜리 에세이(Classic Essay)를 작성한다. 또한, 자신이 조금 더 훌륭해보이기 위해 적당한 과장과 축소, 왜곡, 생략을 덧붙인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 나는 그들이 다음과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에세이는 강렬한 주제여야 한다.

 에세이의 문체는 극도로 세련되어야 한다.

 대필 과정을 살짝 거친 에세이를 제출해도 무방하다.

 에세이는 구체적인 형식과 작성법을 요구한다.   

 

하지만, 톱 호텔 학교의 입학 심사처는 이런 편견 아래 작성된 에세이들을 매해 수 백장 이상을 받는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편견에 휩싸여 거의 획일적이다 싶은 글들을 제출한다. 하지만 평생 동안 고작 100여개 남짓한 에세이를 읽은 나로써도 그들의 에세이를 저평가하고 있는데, 에세이를 읽는 것이 직업인 입학심사관들이 그런 에세이들에 감명을 받겠는가? 안 그래도 훌륭한 성적과 과외 활동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들이 차고 넘치는데, 10대 후반의 지원자가 주는 작품에서 상큼함과 달콤함이 느껴지지 않고 언론사에서 찍어낸 듯한 상투적인 말투와 철학 없는 내용이 드러난다면 단연 지원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나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었다. 나야 다행히 코넬대학교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했지만, 나보다 더 훌륭한 내신 성적, 표준화 시험 점수, 그리고 과외 활동을 가진 친구들이 우리 학교를 포함한 톱 호텔 학교에 불합격했다. 그리고 이는 비단 호텔 경영학과 외에 다른 학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완벽해 보였던 지원자들이 왜 불합격하는걸까? 나는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에 합격한 후에야 그 해답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지원 에세이 때문이었다. 훌륭한 에세이는 명확한 주제가 있으며,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감성적이되 감상적이지 않다. 그리고 10대만의 천진한 문체가 느껴진다. 그러나 이 규칙을 잘 따르는 지원자들은 결코 많지 않다.   

 

"에세이에서 성공하는 법칙"

에세이는 한문으로 중수필(重隨筆)로 변역된다. 다시 말해, “붓을 무겁게 따르다.”는 말이다. 자신이 붓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그러나 진중하게 붓을 따라가는 과정이다. 무거움이란 곧 성숙함이다. 겸허함이란 곧 정직함이다. 그리고 브랜드 자체는 곧 창의성이다. 그리고 붓 자체는 학문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훌륭한 에세이의 특징을 약자로 MIC 원칙이라고 한다.

 

 성숙함(Maturity)

 도덕적 일관성(Integrity)

 창의성(Creativity)

 

지금부터, 각각의 요소에 대해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고등학생의 신분을 넘어서는 성숙함을 드러내라

훌륭한 에세이에서 드러나는 성숙함은 잘 정돈된 이력서에서 드러나는 성숙함과 일치한다. 아무리 좋은 호텔 학교라도 자기 삶에 대한 안목이 없는 학생은 뽑지 않는다. 코넬대학교의 다른 사립대학교보다 (수치상으로) 경쟁률이 덜하다는 호텔경영학과의 경우도 해마다 GPA 4.0, SAT 2,300짜리 고등학교 학생 회장 출신들을 거부한다. 그 이유는 그들 중 대부분은 호스피탤리티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닥치는 대로 과외 활동을 했거나, 또래들의 압박(Peer Pressure)이라 불리우는  “친구들이 많이 하는 활동”들만 한 경우이다. 그것은 서비스 산업에 대한 관심과 적성이 매우 피상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대학은 에세이에서 그 사실을 여실히 파악하게 된다.

 

에세이에서 성숙함은 디테일(Details), 즉 에세이의 상세함에서 알 수 있다.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병원 등 다채로운 업체들에서는 지원자가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거절하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 방학 기간에 충분히 가능한 시간제 근무(Part Time)는 사실 자신에 노력 여하에 달렸을 뿐, 절대 기회가 부족하지 않다. 그렇게 자기 자신이 주도적으로, 성숙한 모습으로 일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근무했다면 학생의 글에서 자신의 경험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그 경험으로 인해 자신이 어떤 성장통을 겪었는지, 혹은 어떻게 성장했는지 혹은 무엇을 배웠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런 디테일들은 하나하나씩 모여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브랜드를 드러낸다. 요약하자면, 자신의 인생에서 한 귀중한 경험이 중고등학교 시절인 6년 내로 발생을 했고, 그 경험이 교훈으로 확대되고, 그 깨달음이 지원서를 내는 대학교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은 500, 즉 두꺼운 다섯 문단 가량의 에세이에서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학생이 성숙하지 않고, 소중한 순간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절대 에세이를 읽는 3분 동안 심사위원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자기 자신만의 스토리에 대해 쓰라. 그런 에세이는 언제나 매력적이고 독특하다.        

 

이렇게 개인적이고 섬세한 에세이는 분명 지원자의 성숙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내용만으로는 완숙함을 드러낼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어른의 관점에서조차 성숙하다고 느낄 만큼, 자신이 집과 부모님의 품을 떠난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대학 공동체에 공헌할 수 있고, 학교를 빛낼 만한 성품이 있는 지를 보여야 한다.

 

윤리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여라

대학의 입학 심사 위원회(Admissions Committee)는 영문학이나 신문방송학 전공자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아니다. 따라서 그들이 여러분의 에세이를 읽는 목적은 고교 영어선생님들처럼 빨간펜으로 여러분들의 에세이를 피투성이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입학심사관들은 고작 2~3분의 시간동안 여러분이 어떤 10대만의 진솔한 경험을 했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그 배움이 지원하는 대학 공동체에 어떠한 자산이 되는 지에 대해 궁금할 뿐이다. 내가 본 많은 학생들, 특히 내신이나 표준화시험 성적이 상위권에 머무르는 고등학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바로 고등학생의 수준에 맞지 않는 미사여구를 사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물론, 에세이에서 고급 어휘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전혀 나쁘지 않다. BBC CNN만 봐도 SAT에 나올 법한 어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렇다면 그 기사들은 반드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그런 기사들의 작가들은 고급 어휘를 남발하지 않고 쉽고 깔끔한 문장들을 사용하고, 특정 부분을 강조하거나 정말 대체할 단어가 없는 상황에서만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꺼내든다. 쉽게 말해서, 굳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있는데 쓸데없이 문어(文語)적인 표현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러분의 에세이도 그래야 한다. 여러분이 주목할 점은 글의 넓이를 한정하고, 경험으로 하여금 깊이감과, 감동, 그리고 의미를 섞어 전달하는 것이다. 내용은 없는데 표현만 유려한 글은 결코 에세이가 아니다. 그런 글은 경수필(硬隨筆: Miscellany)에 포함되는 엄연히 다른 장르이다.

 

대학에 수시 합격하여 입학하기 전, 내 주위에는 유학원가에서 근무하던 중,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들에 의하면 특목고 국제반 학생들의 경우 아무래도 학교 교사들이 여름 학기를 진행하는 등 훨씬 저렴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고,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한 사립 고등학교 출신들의 경우 아무래도 학교 내부에서 대학 진학 관련 정보도 많고 도움을 줄 선생님들이 많아 유학원에 대한 의존도가 덜한 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고등학교 출신들이나 미국 및 영국의 공립 고등학교 혹은 평범한 사립 고등학교 출신들이 대다수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그 친구들과 몇 차례 모임을 가지며 알게 된 사실은, 은근히 많은 수의 학생들이 고가의 보상을 약속하고 대학 지원 에세이를 맡긴다고 한다. 당시 학원에서 조교에게 한 페이지 작성에 9만원을 약속했으니, 학부모가 학원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적어도 페이지당 15만원에서 20만원은 되었을 것이다. 친구들 중 에세이 대리 작성으로 가장 많은 용돈 자금을 움켜진 친구의 경우, 애플 사()의 노트북을 살 만큼의 돈을 받은 녀석도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범법행위이다. 지원하는 대학이 어디든 지원서를 쓸 때 누군가의 교정은 받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자신에 대해 자신이 직접 펜을 들고 써야 한다. 토요일 오전, SAT 시험을 볼 때 작성한 에세이는 SAT점수를 요구하는 모든 대학에 발송된다. 만약, 학교가 학생이 30분 동안 직접 작성한 그 짧은 SAT 에세이는 엉망인데 비하여 정작 자신의 개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야 할 지원서의 에세이는 지극히 논리 정연하고 문체가 유려하다면 대학에서 이 지원자는 100%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확신하고 지원자를 거절한다.

 

현재 아직까지도 어학원과 유학원에서 쉬쉬 비슷한 수법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 이는 절대로 학생의 합격률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엄연한 범죄 행위다.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께서 학원 관계자라면 문법 및 표현 외에는 절대 첨삭을 해 주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훌륭한 에디터라면 학생들의 내용의 깊이를 끌어내도록 힌트를 주고, 최대한 그들만의 문체로 쓰도록 해주어야 한다. 만약 그들이 다소 비효율적인 표현을 했더라도, 그 표현이 10대만의 풋풋함이 느껴지고, 자신만의 것이라면 그것을 고쳐주지 않는 것이 학생을 위한 길이다 .

 

만약, 진정 자신의 영어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보이고자 한다면 SAT 2 영문학이나 AP 영작문 혹은 AP 영문학 시험을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장담하건데, AP에서 4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했다면 자신의 대학 지원 에세이에 자신이 알고 있는 SAT 1 단어나 문학에서 읽은 고급 표현들을 굳이 쓰지 않았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은 이미 고교생으로써는 수준급의 글쓰기를 할 수 있고, 이는 점수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창의력으로 승부하라

에세이는 절대 학교의 성적 증명서나 인터뷰에 가져갈 이력서의 반복이 되면 안 된다. 입학 심사관들은 에세이를 읽기 전에 지원자의 배경과 기본 신상 정보를 보고 그 학생을 파악한다. 그 후 그들은 학생의 교과 성적과 과외 활동을 체크하게 된다. 그리고 난 후 학생의 에세이를 읽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심사관들은 에세이를 읽기 전에 이미 이 학생을 합격 시킬지, 불합격 시킬지가 이미 70~80%는 결정되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미 지원서에 잘 적혀 있는 학문적 성과와 과외활동 경험에 대해 에세이에서 논하는 것은 나는 특별한 것이 없는 학생이니 제발 떨어뜨려 달라고 광고하는 것과 같다.

 

에세이는 비슷한 지원자들 속에서 자신을 두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따라서, 에세이는 창의적일 수록 좋다. 나는 독창적인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전략이 있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라고 해서 산문의 형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글의 테마(Overarching Theme)를 정하라.

 (Hook)으로 일찌감치 심사위원을 잡아라.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주제를 정하라.

 

물론 이 4가지 전략을 한 에세이에 모두 사용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주요 내용이 다소 무겁고 건조해서 반드시 산문의 형식이 필요할 것 같으면 그렇게 하라. 창의적인 에세이를 쓰려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글을 쓸 필요는 없다. 또한, 남들도 쓸 수 있는 주제지만 자신이 더 잘 쓸 수 있는 주제라면 그것으로 하라.

 

만약 여러분이 지원하는 학교가 단 하나의 에세이만 원한다면 전통적인 500~700 단어 가량의 클래식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많은 톱 호텔학교들은 보통 2~3개 가량의 에세이를 요구한다. 그 이유는 단 하나의 에세이 가지고는 학생의 진면목을 모두 확인하기 힘들 뿐더러 학생의 글쓰기 실력과 논리력을 평가하는 데도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 호텔학교들은 본교 지원 동기에 대해 1, 자유 주제에 대해 1, 그리고 짧은 에세이(Short Essay) 문제들 2~3개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여러분이 지원하려는 학교가 2개 이상의 장문 에세이들을 요구한다면, 그 중 하나에 대해서는 “에세이 답지 않은 에세이”를 쓰는 것도 전혀 나쁘지 않다. 쉽게 말해서, 두세개의 필수 에세이 중 하나 정도는 중수필보다는 경수필에 가까운 글을 쓰거나, 희곡 혹은 시나리오를 쓰거나, 아니면 심지어 시를 쓰는것도 매우 창의적인 발상이다. 물론, 전통적인 에세이가 안전하긴 하다. 다시 말해, 형식을 바꿀 때는 글의 내용이 거의 완벽하고, 쓰고자 하는 작문 형식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시를 쓰는데 운율을 못 맞추거나, 희곡을 쓰는데 시나리오와 근본적인 차이도 이해 못했다면 그냥 클래식 에세이에 목숨을 거는 편이 오히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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