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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학과 요리과학

Real Estate 2016. 6. 4. 02:18

코넬대학교 이타카 캠퍼스에서 300km가량 떨어진 곳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 학교인 미국요리대학교(CIA: Culinary Instutute of America)의 메인 켐퍼스가 위치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요리 수업이 내 스케줄표에 올라와 있을 때 더욱 기대가 되었다. 더체스 카운티(Dutchess County)의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위치한 CIA 1946년에 세위져 지금까지 프랑스의 르 꼬르동 블루(LCB: Le Cordon Blue), 이탈리아의 외국인요리학교(ICIF: 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 일본의 츠지요리학교(Tsuji Culinary Research Inc)등과 함께 세계 4대 요리학교 중 하나로 손꼽힌다. 보통은 CIA1, LCB 2위로 여기는데, CIA 뉴욕 캠퍼스의 쉐프들과 해마다 우리 호텔 학교의 쉐프들이 만나 학술적 교류와 코넬 - CIA 이중학위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해 논의를 한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쉐프들 사이에서 우리 학교의 요리 수업의 질은 미국 전역에서 최상위권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한다.   

 

요리 이론과 실습 과목은 CIA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요리 학교를 졸업했거나 그 학교들에서 재직을 하다 오신 쉐프님들 혹은 교수님들께서 담당하고 있는 수업이다. 물론, 나를 비롯한 요리 초심자들도 더러 있기 때문에 요리 프로그램에서 (그리고 레스토랑 경영에서) 보이는 무서운 쉐프의 모습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있다. 요리 수업은 과목명과 같이 이론 수업과 실습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데, 이론 수업은 강당에서 다 같이 진행되기 때문에 북적북적하고, 실습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있기 때문에 소수 정예로 토론식 수업이 진행된다. 또한 실습 시간에는 담당 조교들이 돌아다니며 우리를 돌봐 주기 때문에 질문이 많았던 나로써는 천만다행이었다.

 

이론 수업의 내용은 사실 가장 대중적인 식음안전 자격증인 서브세이프 오리지널(ServSafe Original)의 온라인 교육 과정과 매우 비슷하지만, 우리 이론 수업은 서브세이프 음식관계자(ServSafe Food Handler)나 서브세이프 알콜(ServSafe Alcohol)의 내용의 일부도 포함하기 때문에 조금 더 어렵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실습 수업의 경우는 UNLV의 기본 요리학(Basic Cooking)과 제빵 이론(Principles of Baking), 그리고 기본 기초 냉동식품 요리(Basic Garde Manger)수업을 합쳐 놓은 것과 같이 광범위한 학습 내용을 자랑한다.

 

이론 수업 주제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있다.

 

 음식 관련 질병(Foodborne Illnesses)

 음식 관련 해균 및 생물성 유해물질(Foodborne Pathogens & Biological Toxins)

 구매 및 수취 요령(Purchasing and Receiving Guidelines)

 음식 준비, 대기, 및 서빙 요령(Food Preparation, holding, and serving Guidelines)

 음식 안전 관리 시스템(Food Safety Management Systems)

 시설 및 장비 위생 관리 요령(Facilities and Equipment Sanitation Guidelines)

 해충 예방 및 관리 시스템(Integrated Pest Control)

 식음 안전 관련 규제 및 법(Food Safety Regulations)

 직원 교육 및 관리(Employee Training)

 

실습 수업의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식품안전(Food Safety), 위생(Sanitation), 영양위주 조리법(Nutritional Cooking)

 메뉴 해석(Menu Interpretation)과 작성법

 요리 도구(Cooking Tools)들에 대한 소개

 칼의 사용법 및 절단 기법(Knife Skills)

 유제품(Dairy Products)을 이용한 요리

 Everything-In-Place(Mise en Place) 기법

 스톡(Stock), 브로쓰(Broth), 그리고 소스(Sauce) 제조법

 수프(Soup) 조리법

 쇠고기(Beef) 조리법

 돼지고기(Pork) 조리법

 조류(Poultry) 조리법

 어패류(Fish and Shells) 조리 기법

 달걀(Eggs) 조리 기법

 감자와 곡물(Potatoes and Grain) 요리 조리 기법

 스파게티(Spaghetti)와 파스타(Pasta) 조리 기법

 샐러드(Salad)와 드레싱(Dressing) 제조법

 과일(Fruit) 조리법

 제빵법(Baking)

 파이(Pie) 및 케이크(Cake) 조리법

 단품 메뉴 준비 요령(A La Carte)

 코스 메뉴 준비 요령(Course and Set Menu)

 미스터리 박스(Mystery Box)

 

여기서 미스터리 박스란, 최종 수행 평가로 각각의 팀이 제한 시간 내, 주어진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도 마스터 쉐프 코리아(Master Chef Korea)같은 유명 조리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비슷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다행히 닭고기와 내게 익숙한 아시아계 소스들이 있어서 동남아식 닭꼬치를 했고, 남는 시간에 요거트 소스의 샐러드를 준비했다. 비록 워낙 쟁쟁한 팀이 많아서 3등에 머물렀지만, 많지 않은 시간 내에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범위의 요리를 해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

 

<교과서>

수업은 요리에 대하여(On Cooking: A Textbook of Culinary Fundamentals)라는 두꺼운 책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쉐프(Chef) 사라 라벤스키(Sarah R. Labensky), All About Food의 창업자 프리실라 마텔(Priscilla A. Martell), Fabulous Food의 창업자 앨런 하우스(Alan M. Hause) 공저의 이 요리책은 컬러판 사진, 그림, 차트, 그리고 주석까지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는 요리와 조리 준비의 백과사전같은 존재이다.

 

책은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요리와 음식의 역사, 그리고 조리 과학에 관해서도 교과서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 이후, 요리하는데 있어서 갖추어야할 프로 의식(Professionalism), 식음 안전(Food Safety), 위생(Sanitation), 영양(Nutrition), 조리법(Recipe), 그리고 메뉴(Menu)에 대해서 학습하게 되고, 요리에 쓰이는 여러 도구들(T&E: Tools and Equipment)과 그것들을 다루는 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 중, 칼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가장 잘 나와 있는데, 아무래도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필수적인 기능이 칼을 다루는 솜씨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 후, 유제품, 육류, 어류, 그리고 야채류의 조리법과 가르드 망제(Garde Mange: Keeper of the Food)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가르드 망제란 호텔이나 큰 레스토랑의 온도가 낮고 통풍이 잘 되는 저장실로 연회나 파티에 나가는 모든 찬 음식을 만들어 내고 저장하는 부서이다. 그 후에는 제빵을 학습하고, 마지막으로 플레이팅(Plate Presentation)에 대해 학습하게 된다.

 

만약 웨인 기슬렌(Wayne Gisslen)쉐프의 명저 Professional Cooking에 익숙하거나, 공부한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사실 조금 쉬울 수 있다. 아무래도, On Cooking은 쉐프 지망생들이나 레스토랑 경영자 등 식음 서비스 산업에 갓 뛰어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은 책이고, Professional Cooking은 이미 중상급 요리 실력을 갗춘 경력자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과목에 대한 개인적 평가>

만약 한국에서 요리 학원을 다녀보지 않은 학생들이거나, 영어권 국가의 요리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라면 굉장히 힘든 과목이다. 한국에서 요리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힘들 가능성이 높은데, 그 이유는 요리 도구 이름 및 기타 레스토랑 용어가 프랑스어를 비롯한 외국어, 특히 서유럽어가 많기 때문이다. Restaurant 자체도 불어인 것을 감안하면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일단 유학생들은 레스토랑 내 언어도 생소할 뿐더러 도구 이름이나 재료 같은 부분마저도 모두 새로 암기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고생이 많을 거라고 예상한다.

 

이론 부분의 경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식음 안전 교육 및 인증 프로그램인 서브세이프(ServSafe) 합격을 목표로 진행되는 실용적인 수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레스토랑 협회(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데, 코넬의 경우 매 학기마다 캠퍼스 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강 중에 등록을 해서 시험을 치르는 편이 좋다. 내가 재학 할 당시 교수들의 자체 교재를 이용했기 때문에 교과서가 필수는 아니었지만, 서프세이프 시험 합격을 위해 서브세이프의 원리(ServSafe Essentials)라는 교재를 사서 공부를 하는게 아무래도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데 유리한 점이 많았다.

 

실습 부분의 경우, 월요일부터 금요일의 다섯 가지 실습 세미나 반으로 나뉘어져서, 해당하는 일에 스태틀러 홀 2층에 위치한 요리 실습실(Culinary Lab)로 출석을 해야 했다. 각각의 세미나는 다시 5개의 그룹(Station)으로 나뉘어져 요리 수업을 진행하곤 했다. 매일 실습이 끝나면 쉐프들이 수행 평가를 하곤 했는데, 평균적으로 B 이상을 받는 팀이 절반이 안될 정도로 까다로운 평가가 이어졌다. 실습은 기본부터 코스까지 다채로운 요리를 해 볼 수 있게 끔 디자인 되어 있다. 또한 조리법(Recipe)을 해석하는 훈련 또한 하게 되는데 한국인 유학생들의 경우 요리 관련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매 실습 시간에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시피는 최대한 꼼꼼히 공부해서 거의 암기할 정도로 익숙해져서 실습 수업에 임하는 것이 좋다.

 

실습 수업에 대해 조언해줄 내용이 하나 있는데, 반드시 개인 온도계와 계량 숟가락, 그리고 3피스(Three Piece) 쉐프 나이프 세트(Chef Knife Set), 그리고 나이프 백(Knife Bag)을 구매하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쉐프 나이프에 돈을 충분히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은데, 추천하는 브랜드는 순위별로 다음과 같다.

 

 Wusthof (Classic): 전설적인 독일산 칼 제작의 명가이다. 긴 말이 불필요하다.

 J.A. Henckels (Classic): 가성비 최고의 칼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MesserMeister (Meridian Elite): 무게감과 밸런스는 이 셋 중 최고다.

 

이 세 브랜드는 순서대로 벤츠, BMW, 그리고 아우디에 자주 비유되곤 한다. 자동차와 만년필, 그리고 칼은 독일이 1, 일본이 2등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 걸맞게 위 세 독일제 칼 다음으로는 일제 칼들이 가장 명성이 높으며, 아시아 국가의 호텔학교들이나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은 일제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Miyabi(Morimoto): 헨켈스의 일본화된 브랜드. 동양적인 섬세함이 특징이다.

 Mac Knife(8 inch): “칼의 렉서스.” 부드러움 속에 일본 특유의 견고함이 있다.

 Shun(Classic):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에, 극한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있다.

 Global(8 inch): 현대적인 브랜드로 유명하다. 세련됨 속의 장인정신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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