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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3일 토요일,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수업인 요트 과목에서 카유가 호수의 시원한 물바람을 맞으며 나는 집으로 오는 셔틀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다양한 새들은 바다처럼 높은 파도가 치는 호수 위를 유유히 날고 있었다. 딱 적당한 세기의 햇살은 피부에 닿은 물방울들에게 내 피부를 태우지 않도록 타일렀다. 동양인 치곤 피부색이 매우 하얀 편인 나를 배려하듯 말이다. 이타카의 하늘은 시도 때도 없이 우중충해질 때가 있다. 심지어는 캠퍼스 한 쪽은 맑고, 다른 한 쪽은 비가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유난히 그 해 5월은 미치도록 아름다웠다. 물론, 졸업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 마주할 거친 현실과, 그들을 삼킬 듯 높이 솟구칠 업무의 파도를 감안하면 비까지 내려 청춘들의 심장을 착잡하게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렇게 좋은 날씨는 5월 내내 지속되었다. 학부에서 마지막 시험인 와인학 개론 기말고사를 마치니, 그 때가 5 16, 한가로운 금요일의 오전이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휴학 때문에 졸업이 1년간 늦춰젔던 내 룸메이트 제이(Jay) 형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4학년들의 일주일(Senior Week)이라고 불리는 주로 들어섰다. 사실 그 아까운 일주일을 복지병이라는 육군의 군사 특기 지원 때문에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데 허비했지만, 남는 시간을 교회에 꼬박꼬박 참석하며 선 후배들, 그리고 친구들과 주로 보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 24, 가장 정들었던 친구들인 대학교 1학년 시절의 기숙사 친구들과 위스키와 시가를 즐기며 다가오는 내일을 준비했다.

 

나는 코넬대학교 146기였다. 한국의 대학들과 비교해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숫자의 기수이지만, 내 미국 친구들이 “우리는 정말 어린 아이비리그 대학이야(Young Ivy)”라고 말하고 다녀서 사실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하버드에 갔다면 363기 졸업생일테니 친구들의 말이 꼭 틀린건 아니었다. 아이비리그에서 코넬 다음으로 가장 늦게 설립된 다트머스에 간 내 친구가 241기 졸업생이니, 우리 담쟁이넝쿨리그 안에서 146기 졸업생이란 마치 새로 지어져 페인트 냄새가 가시지 않은 학교를 나온 것과 다름이 없으리라.

 

10학번 학생들의 졸업식은 2014 5 25일 일요일이었다. 그날의 하늘 또한 따스한 햇살이 곁들여져 어느 풍경화처럼 맑았다. 늦봄보다는 초여름이라고 하기 적당한 온도 때문에 나는 그날 옷은 조금 캐주얼하게 입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수트와 구두, 그리고 셔츠를 입지 않은 것을 당일 찍은 사진을 보고 부모님께 두고두고 잔소리를 듣고 있지만 말이다. 나를 포함한 89기 호텔 학교 졸업 대상자들은 익일 오전 9 15분까지 모이라는 이메일을 전날 학위 수여식(Convocation) 이후 즈음 받았다. 물론, 나는 유명한 배우이자 개그맨인 에드 헴스(Ed Helms)의 연설이 끝나자 마자 답답한 마음에 그냥 나와서 조깅 하러 갔지만 말이다.

 

물론, 나중에는 끝까지 남지 않은게 후회가 막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 다음날 새벽까지도 출국할때 가져갈 짐을 싸고 가져가기 힘든 살림과 가구를 후배들에게 줘버리느라 정신 없었기에. 물론, 이렇게 인생에 한 번 뿐인 이벤트를 앞에 두고 여러분들은 절대 나처럼 미련하게 행동하지 않길 바란다. 여하튼, 나는 그 중요한 메일을 바쁜 탓에 졸업식 전날 잠들기 전 까지도 읽지 않았고, 졸업식 당일 아침 7시에 샤워조차 하지 않은 채 일어나 풀빵모자와 탱크탑에 무에타이 반바지를 입고 근처 Subway에 샌드위치를 구매하러 향했다. 베이컨과 달걀, 그리고 치즈를 곁들인 샌드위치를 아메리카노 한 잔과 들이키니 대학이 끝나갈 무렵에는 혼자 식사를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슬슬 배가 부르고 등이 따스해지자, 나는 다시금 쏟아지는 졸음을 이길 수 없었다. 나는 졸음보다는 배고픔에 더 약한 편이었으나, 강적이 살아지니 눈꺼풀이 천근 만근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졸업식이 최소한 점심식사 이후일 것이라는 추측을 당시 했었고, 나는 심지어는 조식 후에는 오침을 해볼까 생각도 했다. 물론 그리고 나서 핸드폰을 꺼내 메일을 확인한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졸업식 예정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나는 헐레벌떡 린든 애비뉴(Linden Avenue)에 있는 내 아파트로 뛰어가서 부리나케 샤워를 마쳤다.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 캐주얼한 옷들 빼고는 다 한국으로 보내 버려서 마땅히 입을 수트가 없어서 어짜피 차려입기는 틀려먹은 상태였다.

 

“지금은 옷이 중요한게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나는 서둘러 학사모와 가운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나니 시간은 08 40분이었다. 내 아파트 바로 앞의 주택에는 1학년 시절 같은 기숙사에서 살았던 아시아계 친구들이 살고 있었다. 역시 친구들은 다 비슷해지는 걸까? 내 예상은 적중해서 아이들도 다들 전날 저녁까지 술을 들이키고 늦잠을 잦는지 대충 샤워를 하고 아침 식사 중이었다. 내가 친구들 집에 들어서자 시간은 이미 08 50분이었고, 내가 당시 시각을 알려주자 친구들은 빛의 속도로 2층에 있는 자기들의 방으로 뛰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가운과 학사모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정확히 09시에 문리과대학 쿼드로 향했다. 아니, 뛰어갔다. 그리고 15분 후, 우리는 땀에 젖은 상태로 문리과대학 쿼드에 도착했다. 하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뒤돌아보니, 졸업생으로 보이는 다른 학생들이 그제서야 서서히 나타났다. 물론, 이유는 당연했다. 09시에 체크인이 시작되고, 35분에 졸업식 행사장인 쉘코프(Schoellkopf) 경기장으로 출발하기로 예정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라고 이메일 맨 밑에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글은 끝까지 읽으라는 명언이 있지 않던가. 허망했던 친구들과 나는 땀을 배출하지 못하는 뙤약볕 아래 군견들 마냥 헥헥거리며 나중에 또 보자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호텔경영학과 졸업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School of Hotel Administration”라고 적혀있는 거대한 홍옥색 현수막은 학생 지원 센터의 근무원들이 설치해주었는데, 잘 접어서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탐났다.

 

이윽고, 정들었던 호텔경영학과 친구들이 한 두 명 씩 모이자,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졸업을 축하한다고 말을 했다. 오늘이 내가 학생 신분으로 코넬대학교 이타카 캠퍼스를 거닐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난 미래에 대한 생각은 잠깐 접었다. 아마 다른 학생들도 같은 마음으로 축제 분위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그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9 35분이 되자, 학생 지원 센터의 담당 교수들 및 근무원들은 우리에게 6명씩 줄을 서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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